ABC | Good Jeans

좋은 데님을 고르는 아주 당연한 방법.

Photo & Edit — TAEIL PARK @taeilpark

좋은 데님을 고르는 기준이 필요할 땐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원단을 확인할 것. 만듦새를 살필 것. 오랫동안 검증받은 데님만의 법칙을 지키는지 판단할 것. 너무 당연한가요? 이 당연한 걸 놓치는 데님이 의외로 세상엔 참 많습니다.

                  

A | White Oak Denim

Neo Tom Mid Blue Selvedge Stone Washed Jeans LAB101.

우선은, 원단입니다. 질 좋은 데님을 쓰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을 이뤘다 봅니다. 숙련된 데님 브랜드는 짜임의 길이와 굵기가 만드는 표면의 캐릭터, 원단의 무게, 그리고 데님이 갖는 인디고의 색조를 통해 원단을 선별합니다. 이는 원단 자체의 품질과 함께, 목표로 하는 청바지의 성격에 어울리는 적절한 데님을 고르는 감각도 중요하다는 증거입니다. 랩101의 네오 탐 셀비지 진은 최고의 데님으로 손꼽히는 미국 콘밀Cone Mills사의 ‘화이트 오크’ 데님을 썼습니다. 아쉽게도 화이트 오크는 작년을 마지막으로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청바지는 품질에 대한 강력한 의지이자, 데님의 한 챕터의 마감을 기리는 엄숙한 묵념이기도 합니다.

B | Chain Stitch

Neo Tom Mid Blue Selvedge Stone Washed Jeans LAB101.

체인 스티치는 말하자면 구식입니다. 작업복이라는 데님의 기원에 어울리게 쉽게 끊어지지 않고, 봉제 자체로도 신축성을 얻을 수 있는 옛날식 봉제법입니다. 요즘엔 전통적 데님을 제대로 구현한다 자처하는 데님 브랜드들의 기초적인 표식이 되기도 했죠. 전국의 데님 마니아들 사이에선 셀비지 데님보다 더 인정받는 요소이고, 체인 스티치를 살려 수선이 가능한 수선집 명단이 소중하게 구전되기도 합니다. 얼기설기 짜인 이 스티치는 보기에도 좋고, 워싱이 진행된 후의 윤곽 역시 남다릅니다. 부러 체인 스티치로 봉제를 마감한 청바지라면, 일단 믿을만 합니다.

C | Button Fly

Neo Tom Mid Blue Selvedge Stone Washed Jeans LAB101.

청바지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땐 지퍼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청바지는 단추로 앞섶을 여미는 ‘버튼 플라이’ 방식을 썼습니다. 처음 리바이스가 지퍼를 단 501을 내놓았을 때, 누군가는 내 ‘그것’을 물어뜯을 악어라 표현하기도 했죠. 요즘은 지퍼 안 쓰는 바지를 불편하게 여기는 남자가 더 많은 세상입니다. 하지만 버튼 플라이를 쓰는 행위에는 청바지의 ‘전형’에 대한 존경이 담겨있습니다. 리바이스가 여전히 501을 버튼 플라이로 완성하는 방식을 계속 고수하는 것처럼요. 입을수록 단추 모양에 맞춰 물이 빠지는 모습이 꽤 멋지기도 하고요. 좀 느리긴 해도 지퍼처럼 뭘 물거나 뜯지 않는, 온순한 여밈임은 물론입니다.

D | Puckering

Neo Tom Mid Blue Selvedge Stone Washed Jeans LAB101.

퍼커링은 옷에 가는 주름이나 오그라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보통은 장력을 잘 맞추지 않아 솔기에 간 주름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갖기도 하는데, 데님에서는 퍼커링을 긍정적 신호로 보기도 합니다. 물빠짐이 생명인 데님 원단에서 주름이 만드는 ‘콘트라스트’는 뛰어난 미적 가치를 갖는 덕분입니다. 랩101의 벨트 루프와 백 포켓에는 성가신 공정이 하나 더 들어갑니다. 가운데 줄을 하나 더 넣고 워싱을 거치면 멋들어진 주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벨트 루프 가운데 생긴 ‘하이라이트’가 그것입니다. 누군가는 묻기도 할 겁니다. 대체 왜? 하지만 아름다움엔 이유가 없습니다.

E | Hidden Rivet

Neo Tom Mid Blue Selvedge Stone Washed Jeans LAB101.

리벳은 뒷주머니의 위쪽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원래는 눈에 보이는 상태로 리벳을 박아 고정하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뒷주머니와 닿는 곳에 스크래치나 상처를 준다는 이유로 원단 속에 숨겨 박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꽤 번거로운 작업이었고, ‘바텍’이라는 심지 천 기술이 발달하면서 리벳을 생략하는 것이 일반화되기도 했죠. 하지만 히든 리벳은 여느 빈티지 데님의 세부들과 마찬가지로,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 데님 생산 방식에서 빠지지 않는 기교 중 하나입니다. 바텍으로 박음질하는 것보다 더욱 견고함은 물론이고요. 과연 이 청바지 뒷주머니엔 리벳이 박혔을까요? 히든 리벳이 숨어있는지 주머니 안쪽을 살펴보는 것도 데님 마니아들만의 섬세한 습관입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