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Edit. TAEIL PARK @taeilpark
처음 벨보이 매거진을 열었을 때, 어떤 원대한 꿈도 없었습니다. 그저 ‘하던 일을 계속해보자’ 정도의 마음이었죠. 지큐 코리아를 나온 순간 에디터로서의 내 경력은 끝난 것 같지만, 그냥 어디든 글과 사진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면 그 순간 새로운 경력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무턱대고 벨보이 매거진을 시작한 것이 벌써 2016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2023년. 지금은 실로 많은 에디터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명함에 에디터란 직함을 판 현직 에디터는 물론, 소속은 없지만 스스로 에디터라 칭하는 프리랜스 에디터들도 많아졌죠. 하지만 그 호칭에 걸맞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만 켜도 수없이 쏟아집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 사이 선을 긋고 인플루언서라는 푯말을 달아둡니다만, 아마도 지금은 패션 매거진 밖에서 패션 에디토리얼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입니다.
그렇게들 할 말이 많습니다. 뭐 하나를 사도 그걸 왜 샀는지 널리 전파하기 바쁩니다. 또 오늘 입은 옷은 왜 그렇게들 보여주고 싶은지. 누가 등 떠민 것도, 모두가 무수한 팔로워 따위의 성공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도요. 그런 범지구적 ‘무브먼트’가 꽤 신기하다 여기다가, 나는 또 어떤가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나만큼 할 말 많은 사람도 없지. 그래서 제 발로 잡지사에 들어가기도 했지. 다시 제 발로 뛰쳐나와 다른 일만 들입다 하는 요즘, 그 할 말들을 어디에 쏟아내는지 돌이켜보니 결국 일할 때였습니다. 누군가를 스타일링하거나 어느 브랜드를 위한 비주얼을 기획하고 다듬을 때, 내 속에 켜켜이 쌓아둔 할 말들을 하나씩 꺼내 말없이 쓰고있었던 거죠.
그래도 남은 할 말을 기어이 남겨야겠다 싶어, 벨보이 매거진을 다시 열었습니다. 여전히 원대한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취향에서 비롯한 이야기를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거든요. 이걸로 돈을 벌고 싶은 것도 아니고 마감에 시달릴 일도 없으니 더할나위 없이 좋지요. 아직 정해둔 업데이트 주기도, 체계화된 기사 양식도 없습니다. 가끔씩 와서 보면 시간 때울 거리 하나쯤은 올라와 있을테니 ‘홈 화면에 추가’ 정도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새 기사 소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릴 거고요. 그래서 다음 기사는 언제냐 물으신다면, 제가 사랑하는 수식어 하나를 쓸 수밖에 없겠습니다. ‘별안간’.
에디터스 레터.
Edit. TAEIL PARK @taeilpark
처음 벨보이 매거진을 열었을 때, 어떤 원대한 꿈도 없었습니다. 그저 ‘하던 일을 계속해보자’ 정도의 마음이었죠. 지큐 코리아를 나온 순간 에디터로서의 내 경력은 끝난 것 같지만, 그냥 어디든 글과 사진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면 그 순간 새로운 경력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무턱대고 벨보이 매거진을 시작한 것이 벌써 2016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2023년. 지금은 실로 많은 에디터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명함에 에디터란 직함을 판 현직 에디터는 물론, 소속은 없지만 스스로 에디터라 칭하는 프리랜스 에디터들도 많아졌죠. 하지만 그 호칭에 걸맞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만 켜도 수없이 쏟아집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 사이 선을 긋고 인플루언서라는 푯말을 달아둡니다만, 아마도 지금은 패션 매거진 밖에서 패션 에디토리얼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입니다.
그렇게들 할 말이 많습니다. 뭐 하나를 사도 그걸 왜 샀는지 널리 전파하기 바쁩니다. 또 오늘 입은 옷은 왜 그렇게들 보여주고 싶은지. 누가 등 떠민 것도, 모두가 무수한 팔로워 따위의 성공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도요. 그런 범지구적 ‘무브먼트’가 꽤 신기하다 여기다가, 나는 또 어떤가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나만큼 할 말 많은 사람도 없지. 그래서 제 발로 잡지사에 들어가기도 했지. 다시 제 발로 뛰쳐나와 다른 일만 들입다 하는 요즘, 그 할 말들을 어디에 쏟아내는지 돌이켜보니 결국 일할 때였습니다. 누군가를 스타일링하거나 어느 브랜드를 위한 비주얼을 기획하고 다듬을 때, 내 속에 켜켜이 쌓아둔 할 말들을 하나씩 꺼내 말없이 쓰고있었던 거죠.
그래도 남은 할 말을 기어이 남겨야겠다 싶어, 벨보이 매거진을 다시 열었습니다. 여전히 원대한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취향에서 비롯한 이야기를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거든요. 이걸로 돈을 벌고 싶은 것도 아니고 마감에 시달릴 일도 없으니 더할나위 없이 좋지요. 아직 정해둔 업데이트 주기도, 체계화된 기사 양식도 없습니다. 가끔씩 와서 보면 시간 때울 거리 하나쯤은 올라와 있을테니 ‘홈 화면에 추가’ 정도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새 기사 소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릴 거고요. 그래서 다음 기사는 언제냐 물으신다면, 제가 사랑하는 수식어 하나를 쓸 수밖에 없겠습니다. ‘별안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