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Worry

황승언은 배우로서 두 번째 쉼을 가졌다. 스트레칭에 세심히 열중했고, 걱정은 좀 줄었다.

Edit. TAEIL PARK @taeilpark
Photo. GOWOON @stgowoon

 

오늘 날씨 좋죠?
아, 그런가요? 바람이 좀 불긴 하더라고요.

되게 좋았는데. 날씨에 별로 영향 안 받나봐요?
예전엔 많이 받았죠, 옷 입는 것 때문에. 그런데 요즘은, 나이가 들었다고 표현하면 좀 웃기긴 한데, 이제는 좀 편한 게 좋아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사실 그럴 나이라기 보다는, 나의 개인적인 삶의 흐름으로 봤을 때 편한 게 최고구나 하게되는 것 같아요. 옷 입는 것도 생활하는 것도 그렇고, 연기자로서의 길도 뭔가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날씨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나이 얘기하는 건 불편하지 않죠?
아, 상관없어요. 저는 내 나이가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 ‘서른이 넘으면 죽을 거야’라는 대사를 하기도 했던 것 같은데, 벌써 서른 두 살이 됐…
하하, 그때는 그 대사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요. 지금 돌아봤을 때는, 아, 벌써 서른 두 살이야, 싶긴 하더라고요.

    
Pocket Shirt, Levis. Denim Pants, VIAPLAIN. Lace Up, JALAN SRIWIJAYA by UNIPAIR.

서른이 넘을 때, 어땠어요?
솔직히 별 생각 없었어요. 오히려 20대 초반에 일을 시작했다가 중반에 쉬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때가 더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였어요. 두렵고, 막막하기도 하고, 좀 힘든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족구왕’이라는 영화를 시작하고 서른이 될 때까지도 일을 꾸준히 하게 되서, 서른 자체가 특별한 감정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 다시 활동을 쉬다보니 문득, 아, 벌써… 하게 되는 거죠. 며칠 전에 약을 사는데, 거기엔 만 나이가 써있잖아요. 아직 생일이 안 지났거든요. ‘만 30세’ 써있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 그런 게 좋은 걸 보면 이제 늙었구나, 싶었어요.

더 지나면 나이를 잊게 되요. 더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서른 둘의 황승언은 어딘지 좀 여유로워 보여요. 예전엔 마냥 당차보였는데.
오늘은 당차 보이지 않았나봐요? 하하.

아니, 그렇다기 보다 예전에 맡았던 역할들은 정말 실제 ‘황승언’처럼 보였거든요, 연기가 아니라.
연기하는 사람으로서는 안좋은 걸 수도 있는데, 숨기는 걸 잘 못하거든요. 아마도 그때는 그런 면들을 역시 내가 갖고 있던 부분이었던 것 같고, 자연스럽게 드러났던 것 같아요.

Corduroy Jacket, Shirt VIAPLAIN. Denim Pants STYLIST’S OWN.

그거야말로 연기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지금은 안 그런가요?
지금은 조금 편해진 것 같아요. 좀 안좋게 말하면 그땐 못했던 감추는 ‘스킬’이 늘어난 걸 수도 있고. 정말 솔직히 말하면 항상 지금도 불안하고, 배우라는 게 말그대로 ‘프리랜서’ 잖아요? 일이 끊기지 않고 쭉 있다가, 요즘에 일이 없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불안해지는 건, 본능인 것 같아요. 아, 지금 쉬는 게 너무 행복해! 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연기가 하고 싶다고 물 흘러가듯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겪어봤거든요. 그래서 그 시기가 돌아오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을 항상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20대때보다는 그런 감정을 감추는 기술이 늘어난 게 아닐까.

그래서 그런 건지, (촬영 할 때) 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되게 사람이 달라보이더라고요?
표정도 그렇고, 헤어 메이크업을 다르게 하면 또 완전 달라져요. 심지어 양쪽 얼굴도 완전히 달라요. 그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로서 다채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고. ‘족구왕’ 이후로는 거의 비슷한 이미지를 많이 연기하게 됐거든요. 도회적이거나, 연예인이거나, 철없는 부잣집 딸이거나. 그래서 내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지면 어떡하지 걱정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좀 생각이 변했어요. 배우로 자리를 잡으려면, 많은 분들이 말하더라고요. 이름만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 게 좋은 거다. 그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 욕심이었나? 내가 잘 할 수 있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맞은 게 아닐까, 스스로 설득하고 있어요.

그럼 황승언과 가장 유사한 캐릭터는 어떤 사람일까요?
‘족구왕’의 안나보다 덜 까칠하고, ‘식샤를 합시다 2’의 혜림이보다 덜 긍정적이고, ‘죽어야 사는 남자’의 양양보다 덜 ‘오타쿠’스럽고, ‘시간’의 은채아보다 덜 이성적인. 그러니까 그런 캐릭터가 있을 수가 없겠죠?

    
    
Velvet Dress, STYLIST’S OWN.

요즘엔 어떻게 지내요?
‘너무’ 잘 쉬고 있어요. 운동도 다시 시작했어요.

무슨 운동이요?
신기하게 스트레칭 학원이 따로 있더라고요. 정말 체계적으로 스트레칭을 해요. 너무 좋아서 되게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원래 운동을 좋아했어요?
네, 좀 ‘액티브’한 걸 좋아했어요. ‘요가학원’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 어쩔 수 없이 요가를 배워야 했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빠른 노래 들으면서 하고 싶은데, 너무 정적이어서.

스트레칭은 정말 정적인 운동 아니에요?
또 그렇지도 않아요! 얼마나 할 게 많은데요. 그리고 이게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요. 역시 사람은 힘들어야 잠도 잘 오고. 쓸데없이 걱정이 많은 편이거든요. 안그래도 여유가 많아지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우울할 때도 있고 그랬는데, 너무 뻔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결론이지만, 다시 운동을 시작하니까 걱정을 좀 잊어버리게 되요.

    
Shirt Dress, Pants, STYLIST’S OWN.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요? 
그럼요. 예쁘고 좋은 걸 나만 보는 건 아깝잖아요. 내가 봐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그냥 못 지나쳐요. 어느 잡지사 편집장님 추천으로 사진을 찍게 됐는데, 얼마 전부터 필름 카메라에 빠졌어요. 운이 좋으면 내가 찍은 사진을 전시할 기회도 생길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부담이 좀 커졌어요.

꼭 잘 찍겠다 마음 먹으면 좋은 게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쉬엄쉬엄 찍고 있어요. 뭐든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스미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Check Suit, GOLDEN GOOSE. Sneakers, CONVERSE.

쉴 때는 뭐해요?
‘나혼자 산다’ 팀이랑 미팅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하는 게 없다고 있는 그대로 얘기했더니 하기 싫어하는 줄로 아셨더라고요. 그정도로 정말 하는 게 없어요. 좋은 걸 많이 보려고 해요. 어릴 땐 미스테리하거나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거나 어렵고 심오한, 그래서 상도 많이 받는 그런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고 그랬는데, 그와중에도 그냥 즐겁고 좋은 영화들이 있어요. 요즘엔 그런 것만 골라봐요. 아무래도 ‘족구왕’이 그런 생각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독립영화이고 물론 사회적 문제를 담고는 있지만 힘든 영화는 아니거든요. 즐겁고 긍정적인. 배우로서의 경험보다는 ‘인간 황승언’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까 생각하는 요즘이에요.

‘인간 황승언’의 목표는 뭐에요?
좋은 배우가 되는 것과 좋은 사람이 되는 게 같이 가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기준을, 다른 사람이 아니란 나에게 두면 둘 다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목표는 좋은 배우와 좋은 사람이 동시에 되는 거에요.

 

Model. SEUNGUN HWANG @hwangseungun
Styling. YISEUL KANG @dew00dew
Hair. HYEYOUNG LEE @halolee7
Make Up. JIHYUN KIM @makeup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