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AND THERE

모두가 사물을 달리 본다. 사진가 장우철의 방식을 알고나면, 그가 찍은 사진도 달리 보게 된다.

PHOTOGRAPHER
Jang woo chul @jangwoochul
 
EDITOR
PARK TAE IL @taeilpark

장우철은 오랫동안 사진을 찍었다. 그가 피처 디렉터로 일하는 <GQ KOREA>에 여러번 싣기도 했다. 같은 사진은 하나도 없지만 또렷한 무언가가 빠짐없이 담긴 것이, 꼭 한 사람이 쓴 글을 보는 것 같았다. 거실에 세워둔 그의 꽃 사진을 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말하자면 사진가 장우철이 사물을 보는 방식 같은 것. 일주일 뒤, 그가 직접 써준 다섯 가지 답변을 받았다.

 


FLOWERS


hereandthere-01Flowers – Milano #02, 2015
Flowers – Sicilia, 2015
Flowers – Gyeongju #01, 2016

 


오가며 꽃을 대할 때, ‘어쩌자고 너는 여기 이렇게 피어있니?’ 나는 측은한 마음을 갖기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은, 눈길 한번 내게 주지 않는다. 잘났다 이거지. 나는 꽃의 하인, 꽃의 어린양이 되기를 주저치 않는다. 그건 얼마나 자연스럽던지. 나는 경배를 바치듯 두 손으로 그것을 사진 찍는다. 하지만 나중에 꽃사진을 보면서는 야릇한 복수의 맛을 느낀다. 나는 꽃을 가뒀다. 나와 꽃과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폭력에 모티프가 있다.


TREES


hereandthere-11Trees 대련 #20, 2013
hereandthere-12Trees 대련 #12, 2014
hereandthere-13Trees 대련 #03, 2012
hereandthere-17Trees 대련 #33, 2015

나무들


만만한 게 꽃이라면 나무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나는 꿈꾸는 소년도 아니면서 그것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나무는 얼마나 커다랗게 넉넉한지. 나는 나무를 속이려는 마음 따위를 품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쩌다가 나는 한 나무와 다른 한 나무, 두 나무를 동시에 보게 되었는데, 그것들이 싸우고 있다고 느꼈다. 가만 보니 어떤 것들은 서로를 슬쩍 만져보려 하는 것 같았고, 어떤 것들은 에라 모르겠다 몸을 겹치고 있었다. 나는 새나 벌레도 아니면서 그걸 구경하는 재미를 들여버렸다. 나무는 나무를 아는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SOUND OF WATER


hereandthere-08Sound of water #21 Jeju, 2015
hereandthere-09Sound of water #07 Jeju, 2015
hereandthere-10Sound of water #11 Roma, 2015


나는 어떠냐면 물을 만지고 싶어한다. 보거나 마시기 보다는 역시 만지고 싶어한다. 몇 가지 조건을 덧붙일 수도 있다. 내가 만지고 싶은 물은 모여있는 물이고 움직이는 물이다. 도무지 순수하달 수가 없으니, 물을 만질 때마다 이것은 도착된 종류의 감각이려니, 심지어 어떤 죄의식에 닿기도 한다. 나는 물을 만지기 직전에 사진을 찍는다. 당장 만지고픈 마음과 아직 만지지 않았음을 동시에 확인 받는다. 나는 물 앞에 뭔가를 숨기고자 하나? 이 시리즈의 제목을 ‘Sound of Water’라고 엉뚱하게 지어버린 이유도 그런 거였나?


406 HO


hereandthere-14406 ho #09, 2015
hereandthere-15406 ho #05, 2015
hereandthere-16406 ho #41, 2014


내 방이다. 문을 열면, 타인은 대번 ‘내 냄새’를 맡지만, 나는 잘 모르는 내 방이다. 나는 이 방에 제법 오래 살았는데, 서쪽으로 난 창으로 계절마다 달리 들어오는 빛을 골똘히 쳐다보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방에서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다. 빛을 보관하려는 걸까, 기억하려는 걸까. 나는 여기서 정물을 찍는다. 놓여있는 것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들. 구름도 인물도 여기서는 정물의 갈래다. 그들은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숨을 참는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나뿐인, 여기는 내 방이다.


HERE AND THERE


hereandthere-04Here and There – Iceland #09, 2012
hereandthere-05Here and There – Osaka #01, 2013
hereandthere-06Here and There – Majorca #01, 2012
hereandthere-07Here and There – Jeju #03, 2011

혼자


언제나 혼자가 되길. 어쩌다 여럿이 함께일 때라면 잠시라도 혼자인 상황에 놓이기 위해 나는 애쓴다. 여행지에서는 아예 강박에 가까워진다. “여행은 결국 누구랑 떠나느냐가 제일 중요해”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지만, 나는 동의 하지 못한다. 누구와 함께든 결국 나는 혼자가 될 터, 혼자인 나는 역시 혼자인 것들에 관심을 둔다. 이름을 부르거나, 얘기를 나누거나. 미소를 건네거나, 심지어 “당신도 혼자군요” 공감하거나, 전혀 아니다. 다만 혼자인 것들. 그렇게 온전히 자기만의 세계에 속한 것들로부터 나는 나의 혼자됨을 안심한다. 나는 무슨 모호하고 부드러운 인연 따위로 타인과 엮이고 싶지 않다. 스치는 사람이 “그게 인생이라네” 풍의 얼어 죽을 ‘어록’ 따위를 남기지 않도록, 그 자의 열리는 입을 나는 막을 참이다. 나는 수많은 에세이에 나오는 “어디어디에서 길을 잃다” 같은 서술을 보면 두드러기가 올라와서 마구 긁는다. 그러다 피가 나면 차라리 시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