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the Loop

코스의 감각과 스나키텍처의 재주가 만났다.

Edit — HYEWON JUNG @hyewonittoo
Cooperation —
COS @cosstores


코스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스나키텍처가 함께 역동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가 열린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는 한층 더 단정했다. 군더더기 없이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이 1층에 놓였고, 벽면에 쓰인 간결한 폰트가 전시장의 동선을 알려 주고 있었다. 곳곳마다 코스의 섬세한 손길이 보였다. 작품 ‘루프’는 400m의 트랙으로 이루어졌다. 흰 구슬이 웅장한 트랙을 쉴 새 없이 구르고, 10만 개의 구슬이 포말처럼 바닥에 쌓일 때까지 ‘루프’는 바다처럼 잔잔하고 고요하다. 코스와 스나키텍처가 관대하고 사려 깊게 서로를 지지한 결과답다. 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린 구스타브슨과 스나키텍처를 만났다.

                  

여기 온 사람들 대부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코스의 옷을 입고 왔어요. ‘루프’에 사용된 두 가지 색도 코스 옷의 색깔과 무척 잘 어울리고요. 스나키텍처 오늘 작품 앞에서 사진 찍힐 것을 상상하며, 하늘색 셔츠와 하얀 스니커즈를 신고 왔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차갑고 정교하면서도 너무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은 기계 장치를 만들고 싶었어요. 코스의 이번 시즌 컬렉션 룩북에서 ‘스틸 블루’ 색상을 보고선 딱 ‘이거다!’ 싶었죠.

지금 눈앞에 ‘루프’를 감상하는 아름다운 남자와 여자가 있다고 생각해 봐요. 그들이 어떻게 입었을 때 당신에게 가장 환상적인 작품처럼 보일까요? 카린 구스타브슨 많은 사람이 코스의 옷을 ‘텅 빈 캔버스’ 같다고 말해요. 마치 여기 전시장의 벽처럼. 그런 면에서 ‘루프’와 조화를 이루면 좋을 것 같아요. 매끄러운 선이 새겨진 옷에 푸른빛과 흰색을 조합해서. 아, 물론 우리는 “이걸 꼭 입어야 해!”라고 강조하고 싶진 않아요.

가나아트센터에 들어오자마자 구슬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런데 이 많은 구슬을 어떻게 옮겨 왔어요? 스나키텍처 머릿속에 구상하고, 디자인한 뒤 한국에 왔어요. 작품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한국에서 마련했어요. 코스 서울 오피스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믿음직스럽게 해 주었죠.

아까 ‘루프’에 구슬을 하나 올려 봤어요. 어디까지 굴러갈지 계속 지켜보게 되더라고요. 스나키텍처 총 길이가 400m인데, 얽히고설켜 있어요. 어떤 경우엔 구슬이 굴러가다가 떨어지기도 할 거예요. 바로 그런 ‘예상치 못한’ 순간 또한 염두에 둔 거죠. 작품 주위를 따라 걸으면서 모든 관람자가 다른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번이 코스와 스나키텍처의 세 번째 협업이에요.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요? 스나키텍처 2015년에 코스와 함께 처음 작업했습니다. 카린이 스나키텍처를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연락을 줬어요. 그때만 해도 미국에 코스 매장은 없었지만, 친구들끼리 ‘유럽에 이런 브랜드가 있대.’라고 얘기를 많이 했었죠.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코스는 진보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브랜드로 인지돼 왔어요. 함께 일을 해 보니까 마음이 잘 맞았어요. 클라이언트로서 코스는 스나키텍처의 작업을 매우 잘 이해하고, 우리의 창의성을 지지해 줘요.

코스는 예술가와 예술을 기념하는 자리에 틈틈이 자리를 마련하면서 적극적으로 후원한 사례도 많죠. 카린 구스타브슨 예술가의 작업에 영감을 받았을 때, 그때를 협업의 시작점으로 삼아요. 그가 어떤 분야에 있든지 우리와 가치관이 유사하다면,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나키텍처와 코스의 비슷한 점은 절제하고 덜어내면서 새로운 ‘재미’를 만든다는 것이죠.

최근에 당신에게 영감을 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카린 구스타브슨 얼마 전에 런던의 프리즈 아트페어를 가서 한국 작가 이우환(Lee Ufan)의 작품을 보았어요. 그의 조각 작품은 아주 아름다웠어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코스 매장을 가 보았을 텐데, 어떤 곳을 특별히 좋아하나요? 카린 구스타브슨 캐나다 토론토 매장을 좋아해요. 건물의 정면에 쓰인 나무가 독특한데, 까맣게 태운 목재를 사용했어요. 내부의 천정에서 떨어지는 조명 또한 아름답죠. 스나키텍처 뉴욕에서 처음 생긴 코스 매장이 집에서 가깝습니다. 뉴욕의 모든 가게가 그렇듯, 이곳도 무척 좁지만 모든 것이 잘 정리돼 있어요.

코스에서 쇼핑도 자주 하나요? 스나키텍처 코스에서 수트를 자주 사 입어요. 2주 전엔 바지를 하나 샀어요. 정장에 사용되는 소재로 만든 트랙 수트예요. 마치 잠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편안한데, 적당히 격식을 갖추기까지 해서 마음에 들어요.

서울이 품은 에너지를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어요.
서울은 자유로운 움직임과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도시죠.

함께 협업을 기획하고, 작품을 구상할 때 ‘서울’이라는 장소가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을까요? 스나키텍처 서울이 품은 에너지를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어요. 서울은 자유로운 움직임과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도시죠. 카린 구스타브슨 한국인은 예술과 디자인에 관한 관심이 높아요. 그렇지만, 한국에 스나키텍처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이번에 스나키텍처와 함께 꼭 서울에서 전시를 열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직접 본 서울은 어떤 것 같아요? 카린 구스타브슨 한국에 처음 왔어요. 오늘 아침에 도착해서 오자마자 여러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무척 매력적으로 생겼더라고요. 얼른 가서 보고 싶어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