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OM | Hotel Niquero

시인 유진목이 여행지에서 머문 방.

Write — EUGENE MOK @eugene_mok
Illustrate —
JIYE KIM @kamidamikim
Edit —
HYEWON JUNG @hyewonittoo

나는 어깨에 힘을 빼고 목을 위로 당기며 등을 곧게 편다. 여행에 대해 쓰는 것보다 여행하는 것이 쉽다고 한 것은 데이비드 리빙스턴이다. 그가 무슨 말을 더 했는지는 모르겠다. 저런 말을 했단 말이지, 하고 나는 웃는다. 여행에 대해 멋있는 말을 한 마디 하려고 해서는 저런 말을 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누군가 그에게 여행기를 써달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기다리는 쪽에서는 재촉을 했을 것이고. 없어서 못 준 것인지 있지만 안 준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쪽으로든 마무리가 되었겠지. 모든 것은 쓰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작가들은 내버려 두면 하염없이 쓴다. 쓰고 후회하고 실망하고 쓰고 만족하고 잊어버린다.

하루는 편집자가 찾아와서 이런저런 종류의 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이런 것은 없지만 저런 것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말한 이런 것과 내가 말한 저런 것이 만나는 지점이 있는지 탐색한다. 그런 뒤 원고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진 않지만 괜찮습니다. 나는 대체로 이렇게 말한다. 아니오. 그것은 곤란합니다. 더러 그럴 때도 있다. 그는 책상 위에 원고료를 올려 두고 대신 나의 글을 가지고 간다. 그가 돌아간 뒤에 나는 원고료를 서랍에 넣는다. 서랍에는 이런저런 글들이 가득 차 있다.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쩐지 흡족한 마음이 되어서 기지개를 켠다.

한 번 떠나면 나조차 다시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하루를 의탁하는 것이 좋다.
기억은 그 길로 닫히고 하루는 꿈으로 봉인된다.

나는 여행에 대해 쓰는 것을 싫어한다. 애써 마음을 다잡고 한참을 쓰다가도 이걸 왜 쓰고 있는지 의문이 들면 곧장 쓰는 게 싫어진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낯선 창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당신은 정말로 궁금한가? 여행에 대해서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나는 도착한다. 짐을 풀고 먹을 것을 먹고 마실 것을 마시고 잠이 든다. 나는 출발한다. 다만 언제 어디에서 묵게 될지 모르는 여행을 원한다. 한 번 떠나면 나조차 다시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하루를 의탁하는 것이 좋다. 기억은 그 길로 닫히고 하루는 꿈으로 봉인된다. 나에게는 그런 하루가 많이 있다. 꿈 같은 날들을 나는 지나왔다고 쓴다. 여행에 대해서라면 이제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쿠바에 간다면 망설이지 말고 아바나를 떠나 차를 몰고 동부로 이동하길 권하는 바이다. 지도책을 한 권 무릎에 놓고 거기에 적힌 마을마다 차를 세우고 간판이 걸린 아무 곳에나 들어가 짐을 풀기를 권한다. 밥을 어디에서 먹을 수 있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그곳이 정말 화장실이 맞는지 당황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기다려도 식료품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아서 쇼윈도에 진열된 생수병을 보고 절망할지도 모른다. 거기서는 모두가 당신을 구경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그곳에 처음 당도한 이방인일지도 모른다.

커튼이 부풀었다가 조용히 제 주름을 간직하는 모습을 본다.

어쩌다 제법 큰 마을에 도착하면 호텔이나 극장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영화를 보거나 보지 않을 수 있다. 모처럼 호텔에 묵자고 마음을 먹는다. 오래된 호텔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그래서 당신은 무거운 가방을 끌고 하염없이 계단을 올라왔다. 언제 마지막으로 투숙객이 있었는지 모를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당신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엎어진 두 개의 찻잔과 텅 빈 물병이 당신 맡에 놓여 있다. 멀리 바다를 면한 창문에서 일순 바람이 불었다. 커튼이 부풀었다가 조용히 제 주름을 간직하는 모습을 본다. 안으로 잠긴 방에서 당신은 사랑을 나눈다. 사랑 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는 이국의 방에서. 두 사람이 포개었던 자리에 몸을 닮은 주름이 새겨진다. 그러는 사이에 바짝 움츠러든 어깨는 다시 경직되었다. 나는 어깨에 힘을 빼고 목을 위로 당기며 등을 곧게 편다.

                  

‘THE ROOM’은 누군가가 여행지에서 머물렀던 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페인 그라나다, 쿠바 니케로, 캐나다 몬트리올. 지도에 찍힌 위치뿐만 아니라 그곳이 주는 인상은 저마다 다릅니다. 벨보이가 사랑한 작가 세 명의 여행 에세이를 시작합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