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y British, Very Russian

하나이면서 둘 다이기도 한 것. 조화로운 협업이란 이런 것이다.

Edit. TAEIL PARK @taeilpark
Photo. GOSHA RUBCHINSKIY  @gosharubchinskiy

 

고샤와 버버리. 두 이름이 처음 나란히 선 순간을 기억한다. 지난 시즌 첫 협업을 시작한 두 브랜드의 컬렉션은, 새롭고도 익숙했다. 파격적이면서도 예상 가능했다. ‘힙’의 절정에 이른 ‘뉴 러시안 스타일’을 이식한 ‘잉글리시 헤리티지’는 그야말로 적절하고 아름다운 협업이었다. 언벨런스드 싱글 트렌치와 체크 패턴을 아낌없이 쓴 리버시블 헤링턴 재킷은 정말 사보고 싶었으니까. “다양성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강력한 무기이죠.” 고샤의 이 말은, 협업이 만들 수 있는 무한한 즐거움을 함축한다.

Reconstructed Trench Coat, Check Flannel Bucket Hat, Check Leather Loafers, GOSHA X BURBERRY.

아름다운 협업이 돌아왔다. 지난 토요일 판매를 시작했고, 당연하다는 듯 이미 많은 재고가 사라졌다. 물론 대부분은 ‘이름 덕’일 것이다. ‘어머, 이건 꼭 사야해’ 같은 류의 소비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고샤가 이제 덜 ‘힙’하다 여겨서 사기를 망설이기도 했을 것이다. ‘저거 또 사려고 줄 서는 사람들이 있겠지’, 비아냥 거리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 그렇게 부유하는 과시적인 편린들은 아무 의미 없다. 고샤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적의 ‘트위스트’를 다시 해냈을 뿐이고, 그 결과물은 이토록 조화롭다. 그가 직접 찍은 룩북 사진까지도.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은 옷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스토리를 사죠.
– 고샤 루브친스키

고샤 루브친스키는 버버리와의 협업을 이렇게 회상했다. “버버리라는 저명하고 역사 깊은 브랜드와 함께 아이코닉 아이템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정말 즐거웠어요.” 버버리가 가진 고유의 가치에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러시안 스타일’을 이식하는 것이 이 ‘시너지’의 핵심이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체크는 영국적인 스타일을 상징하죠. 두 세계가 이루는 대비와 충돌은 언제나 매력적입니다.”

   

Oversized Duffle Coat, Check Flannel Shirt, Check Leather Loafers, GOSHA X BURBERRY.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은 옷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스토리를 사죠.” 진짜 ‘협업의 묘’는, ‘이야기’에 있다. 한 브랜드가 쌓아온 ‘아카이브’ 속에서 소재 하나 골라,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것. 이를 테면,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사이에 어떤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면? 예수님이 사실 흑인이었다면? 버버리의 옷을 ‘리-디자인’하는 고샤의 머릿속엔 무슨 이야기가 있었을까? 물리적으로 드러난 옷을 통해 그걸 유추하는 건, 수많은 협업이 난무하는 세상에 사는 자들의 축복이기도 하다.

   

Check Flannel Shirt, Check Leather Loafers, GOSHA X BURBERRY.

스스로를 패션 디자이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사실 ‘스토리 텔러’에 가깝죠.
– 고샤 루브친스키

   

Check Flannel Bucket Hat, Check Flannel Shirt,Oversized Duffle Coat, Check Leather Loafers,
GOSHA X BURBERRY.

“향후 계획이요? 패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예술, 영상에도 관심이 많아요. 지난 10년간 전념해온 프로젝트가 끝났으니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자신과 동명의 컬렉션을 더이상 내지 않겠다 선언한 바 있다. 그러니까 이 컬렉션은, 앞으로 살 수 있는 그의 이름을 단 몇 안되는 옷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모든 컬렉션은 버버리 온라인 스토어에서 살 수 있다. 물론, 재고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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