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익스 크레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힐은 진지하고 경쾌하다. 요즘 드레익스가 딱 그렇다.
Photo & Edit. TAEIL PARK @taeilpark
드레익스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진중하지만 유쾌하다. 억지로 시가를 태우거나 거만하게 싱글 몰트 잔을 드높이는 일은 드레익스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버지의 타이도 지극히 아들스럽게 메는 것. 가장 현재적인 ‘클래식’을 만드는 드레익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힐을 만났다.
마이클 힐, 드레익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MICHAEL HILL, Creative Director of DRAKE’S @drakesdiary
드레익스는 편안합니다. 굉장히 ‘클래식’한 브랜드이지만, 무겁거나 딱딱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거든요. 어떻게 그렇게 만든 건가요? 기분 좋은 얘기네요, 그렇게 느낀다는 건. 우리가 만들고 싶은 분위기가 딱 그렇거든요. 어떤 의미로는 어려운 일이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쉬운 일이기도 합니다. 일단 우리는 ‘그런 남자’라 생각해요. ‘클래식’하게 입는 걸 즐기지만, 동시에 ‘프레시’하기를 원하죠. 그래서 뭔가를 만들 때 먼저 지금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합니다. 이건 당연한 일이에요. 전통에 헌신하는 동시에, 혁신에는 한껏 열려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클래식 수트에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를 차는 것 같은? 지금 당신 처럼요. 맞아요. 단지 ‘즐거움’만을 위한 무언가를 지녀야 해요. 그게 색깔이든, 다른 무엇이든. 너무 심각할 필요 없잖아요.
드레익스 매장에 들어서면 마치 온갖 공구들로 가득찬 완벽한 하드웨어 숍에 들어온 기분이 듭니다. 거기서 파는 공구들을 평생 다 쓸 일 없다해도, 모든 것이 완벽히 갖춰진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달까요? 와, 멋진 표현이네요. 물론 여기 있는 걸 다 살 필요는 없죠. 애써 모든 걸 갖추려 들 필요도 없고요. 단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춰 매장을 나갈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타이나 셔츠를 사는 것보단 좀 더 신나는 걸 더하기 위해 노력했죠. 더 ‘완벽한 룩’을 만들 수 있게. 동시에 모든 것을 다 좋은 품질로 유지하려 합니다. 드레익스 매장 안의 모든 것은 동등한 수준으로. 그럴 수록 우리의 핵심인 타이, 스카프, 포켓스퀘어에는 더욱 신경을 쓰게 되요.
드레익스 매장에 가득찬 물건들 중, 당신은 참 좋아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못 받은 것도 있나요? 우리가 처음 ‘테일러링’을 시작했을 땐, 정말 적은 양만 진행했어요. 타이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으니까요. 계절이 바뀔 수록 많이 나아졌고, 몇 년이 지나서는 우리 판매 중 큰 범위를 차지하게 되기도 했어요. 셔츠도 마찬가지였죠. 지금은 처음보다 두배가 늘었어요. 거의 대부분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처음엔 쉽지 않아요. 시간이 필요하죠.
중요한 건 그걸 쓰는 사람은 바로
‘요즘 남자’라는 겁니다.
어쨌든 드레익스는 ‘시즌 컬렉션’이 있는 브랜드입니다. 최근에 보인 이미지를 보면 전통을 고수하려는 고집과 충동적 위트의 균형이 훌륭하다 느꼈어요. 계절을 거듭할 때마다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요?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그 ‘밸런스’예요. 과거 어딘가에 존재했던 훌륭한 ‘룩’들을 여전히 사랑합니다. 또한 품질에 있어선 퇴보하고 싶지 않아요. 어떤 수준에 이른 제조사들, 과거의 ‘아카이브’에 고스란히 담긴 우리만의 프린팅, 그외 갖가지 방법에 관한 지혜… 그 모든 것의 가치는 견고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걸 쓰는 사람은 바로 ‘요즘 남자’라는 겁니다. 지금 맞는 방법대로 옷을 입어야 해요. 우리 제품을 60대는 물론 20대까지 모두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언제나 신선한 맥락을 집어넣으려 합니다. ‘테일러링’을 좀 더 캐주얼하고 쉽게 입는 것. 그래도 되요. 오늘은 그게 옳으니까요. 만드는 우리는 시야를 열고 정신을 항상 신선한 상태로 유지해야 해요. 자유를 즐기고 가끔은 용감해야 해요. 우린 작은 회사고, 그걸 해버릴 수 있죠. 가끔은 위험도 감수해야 하고요. 그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원단 공급처에 머물러요. 거의 하루종일 공장에서 시간을 보내죠. 런던의 사무실에 있어도 쉴 틈이 없어요. 115여 명의 직원, 그들 각각과 해결하고 결정해야할 다른 일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정말로 제품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오히려 다른 데 더 많은 시간을 씁니다. 당장 다음 주에 런던에서 다음 시즌 제품을 마무리 하고, 그 다음 주엔 피티 워모에 갈 거에요. 그 후엔 바로 다시 새로운 시즌 준비를 시작하겠죠. 정말 매일 긴 하루를 보내고 시종일관 바쁘지만, 불만은 전혀 없어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당신 얘기만 들으면 당신 인생은 일로만 가득 찬 것 같아요. 가족들은 괜찮을까요? 물론 안 괜찮죠. 하지만 난 어쩔 수 없는 가장이에요. 아버지도 매일 새벽 5시에 나가 밤 11시에 들어왔어요. 이건 정말 거칠고 경쟁이 심한 사업이거든요. 생산, 도매, 소매, 거기다 온라인 비즈니즈까지 해야할 것도 너무 많고. 사무실에서는 물론 집에 돌아와도 일은 계속되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자면,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어쨌든 일이 잘 되야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어요. 힘들지만, 최고의 팀과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그들 역시 열심인 것은 물론이죠. 그것만으로도 난 행운아예요. 좀 피곤한 것만 빼면.
지금 잠깐의 휴일이 생겼습니다. 뭘 하고 싶나요? 정말 단순한 걸 할 겁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죠. 일단 빵을 만듭니다. 요리도 좋아해요. 도시 밖에 있는 집 주변 들판 주변을 뛰어 놀거나, 캬악을 타러 가거나, 바닷가를 한없이 걷기도 하죠. 일을 오랫동안 집중해서 해왔기 때문에 쉴땐 좀 별 것 아닌 게 좋아요. 이를테면 텔레비전으로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일. 특히 복싱을 좋아해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 거든요. 그런 ‘콘트라스트’가 좋아요. 바쁜 도시 생활과, 시골의 집에서 누리는 아주 단순하고 전형적인 쉼.
어린 시절 토요일마다 아버지 차를 타고 함께 공장을 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굉장히 ‘로맨틱’한 일 아닌가요? 그런 기억을 안고 자란 소년이, 아버지의 일을 이어 또 새롭게 해나간다는게. 아버지는 멋지고 큰 남색 볼보 웨건을 몰았고, 뒤엔 항상 아름다운 원단들이 쌓여 있었어요. 우린 항상 그 안에서 훌륭한 음악을 들었죠. 덕분에 내 동생은 음악을, 나는 옷을 하고 있어요. 정말 멋진 일이죠. 아버지와 내가 이어져있고, 무언가 같을 걸 하고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그는 내 우상이자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그를 통해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는지 배웠고, 이 일이 아주 단순하면서도 아주 복잡하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러니까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크고 훌륭한 영향을 주는 젊고 멋진 남자였어요.
그런 그에게 받은 큰 교훈은 뭐였나요? 직업 의식.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죠. 그리고 아버지는 언제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존경했어요. 동시에 항상 다음을 생각했죠. 절대 머물지 않았고, 이미 그 다음에 가 있었어요. 고집스럽게 계속, 계속, 계속 전진했죠. 하지만 언제나 아버지만 교훈을 주는 부모인 건 아니에요. 어머니 역시 내게 큰 영향을 줬어요. 어머니는 항상 공장에 함께 가 청소를 맡으셨죠. 아버지의 믿음직한 지원군이었어요.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나도 역시 아들에게 그런 경험을 해줘야겠다 새삼 깨닫게 되네요.
모든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뭔가를 공유할 순간, 그게 가능한 나이가 얼른 되길 기다리죠. 아들이 몇 살이예요? 다섯 살이예요. 이제 때가 됐어요. 아버지가 그랬 듯, 이제 나도 아들과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은 드레익스의 크레이티브 디렉터입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수트와, 셔츠와, 타이를 갖고 있나요? 백만 개? 항상 새로운 걸 손에 넣지만, 또 다시 다른 곳으로 보냅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그렇게 방대한 아카이브를 갖고 있지 않아요. 항상 비슷한 숫자를 유지하죠. 수트 열 두 벌. 재킷 여덟 혹은 열 벌. 셔츠는… 아마도 육십 벌? 타이는, 음….
천 개? 네, 아마 그 정도일 거에요.
아니, 농담으로 말한 숫잔데요? 왜냐면, 할아버지의 것부터 아버지와 내 것까지, ‘삼대’의 타이를 다 보관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주로 매는 건 몇 개 안 되요. 아마 스물 다섯 개 정도? 많은 걸 짊어지고 살지 않아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보내죠.
새로운 걸 보면 언제나 흥분되요. 와, 이것 봐.
하지만 모든 걸 가져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갖고 싶은 게 있을 겁니다. 그렇죠? 물론이죠. 참 웃긴 일이지만, 새로운 걸 보면 언제나 흥분되요. 와, 이것 봐. 그렇게 매 시즌마다 눈에 박히는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모든 걸 가져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하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건 꼭 두 개를 사요. 얼마 전 도쿄에서 (우리 고객이기도 한) ‘아나토미카’의 매장에서도 클라이밍 티셔츠 두 벌을 샀어요. 색깔이 다른 게 아니라 정확히 같은 것 두 벌.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쇼핑법이에요.
오, 다른 브랜드의 것도 잘 사는 편인가 봐요? 드레익스에 없는 건 사요. 예를 들면, ‘할리우드 랜치 마켓’에서 산 반바지 같은 거. 다른 브랜드의 물건도 사봐야죠. 파는 입장과 사는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 채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이건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오피셜’한 변명이에요.
드레익스 매장에 거의 모든 것이 있다해도, 거기에 더하면 좋을 ‘다른’ 것들이 존재할 테니까요. 드레익스와 좋은 조합을 만드는 다른 물건들은 뭔가요? 아마도 좀 더 ‘캐주얼’한 것들일 겁니다. 리얼 맥코이. 다 너무 멋지죠. 빔스 플러스, 아나토미카, 블루 블루 재팬, 할리우드 랜치 마켓…. 그런 브랜드가 만든 좋은 물건들. 빈티지 파타고니아, 빈티지 바버. 그리고 아디다스와 뉴발란스의 스니커즈. 알든과 파라부트의 구두.
당신은 정말 ‘클래식한’ 남자로 보여요. 그럼에도 끌리는 ‘모던’ 혹은 ‘하이테크’가 있나요? 정말 없어요. 아이패드도 십 년 째 쓰는 중이고.
기능성 등산복 같은 거 하나 없어요? 난 등산할 때도 트위드 재킷을 입는 남자예요. 하하. 정말 ‘테크놀러지’에는 관심이 안 가요. 억지로 거부하는 건 아니고, 자연스러운 입맛을 가졌을 뿐인 것 같아요. 어쩌면 난 지금 세상을 위해 만들어진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요.
‘옛 것’에 정통한 당신이라면 잘 알 거예요. 이른바 ‘클래식’이라는 영역에 얼마나 많은 규칙이 존재하는지. 누군가는 따르고 누군가는 비판하죠. 당신은 어디까지 지키고, 어디까지 거부하나요? 정말 많죠. 하지만 규칙을 지키는 것엔 어느 정도 ’존중’의 의미가 담겨있다고도 봐요. 또한 규칙을 따를 줄 알아야, 옷입기의 균형도 지킬 수 있죠. 그러니까 부러 규칙을 깰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캐주얼’해지고 있죠. ‘클래식’도 항상 같을 필요는 없고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고, 그게 아주 중요해요.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저버린다면 ‘클래식’이라는 문화의 근간마저 흔들릴지 모를 일이죠. 결국 모든 것은 ‘균형’의 몫입니다.
스스로도 꼭 지키는 규칙은 뭔가요? 스트라이프 타이엔 스트라이프 셔츠를. 네이비 재킷을 입을 때는 더 진한 네이비 타이를. 또 뭐가 있을까? 여름엔 무조건 파란색 양말. 겨울이 되면 보라색이나 가끔 노란색을 신기도 하지만. 바로 생각이 잘 안 나는데, 말하자면 끝도 없을 거예요. 단박에 탁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지 데이’라는 컬렉션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어요? 이런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어느 날 아침, 눈을 가린 채로 옷을 골라 입는 거예요. 손에 잡히는 대로 골라 입었는데도 훌륭한 조합을 만들 수 있는 컬렉션이 있다면? ‘이지 데이’가 추구하는 건 그런 겁니다. 물론 고민 많이 했죠. 이름이 쉬워야 하는데. 쉽게, 쉽게, 쉽게, 하다보니 그럼 ‘이지’? ‘이지 데이’? 그렇게 된 거예요. 이름 괜찮아요?
단순 명료해서 너무 좋았어요. 당신 삶에서 진짜 ‘이지 데이’는 어떤 날일까요? 공장과 사무실이 문을 닫고, 바비큐를 굽는 것 말곤 아무 할일이 없는 날.
그런 날엔 뭘 입을 건가요? 쉬는 날엔 언제나 반바지에 셔츠 차림이에요. 에스파드류에 파나마 햇까지 쓴다면, 준비 끝이죠.
그때 입을 그 셔츠도 드레익스? 물론이죠. 다른 셔츠는 없어요.
드레익스 크레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힐은 진지하고 경쾌하다. 요즘 드레익스가 딱 그렇다.
Photo & Edit. TAEIL PARK @taeilpark
드레익스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진중하지만 유쾌하다. 억지로 시가를 태우거나 거만하게 싱글 몰트 잔을 드높이는 일은 드레익스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버지의 타이도 지극히 아들스럽게 메는 것. 가장 현재적인 ‘클래식’을 만드는 드레익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힐을 만났다.
마이클 힐, 드레익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MICHAEL HILL, Creative Director of DRAKE’S @drakesdiary
드레익스는 편안합니다. 굉장히 ‘클래식’한 브랜드이지만, 무겁거나 딱딱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거든요. 어떻게 그렇게 만든 건가요? 기분 좋은 얘기네요, 그렇게 느낀다는 건. 우리가 만들고 싶은 분위기가 딱 그렇거든요. 어떤 의미로는 어려운 일이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쉬운 일이기도 합니다. 일단 우리는 ‘그런 남자’라 생각해요. ‘클래식’하게 입는 걸 즐기지만, 동시에 ‘프레시’하기를 원하죠. 그래서 뭔가를 만들 때 먼저 지금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합니다. 이건 당연한 일이에요. 전통에 헌신하는 동시에, 혁신에는 한껏 열려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클래식 수트에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를 차는 것 같은? 지금 당신 처럼요. 맞아요. 단지 ‘즐거움’만을 위한 무언가를 지녀야 해요. 그게 색깔이든, 다른 무엇이든. 너무 심각할 필요 없잖아요.
드레익스 매장에 들어서면 마치 온갖 공구들로 가득찬 완벽한 하드웨어 숍에 들어온 기분이 듭니다. 거기서 파는 공구들을 평생 다 쓸 일 없다해도, 모든 것이 완벽히 갖춰진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달까요? 와, 멋진 표현이네요. 물론 여기 있는 걸 다 살 필요는 없죠. 애써 모든 걸 갖추려 들 필요도 없고요. 단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춰 매장을 나갈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타이나 셔츠를 사는 것보단 좀 더 신나는 걸 더하기 위해 노력했죠. 더 ‘완벽한 룩’을 만들 수 있게. 동시에 모든 것을 다 좋은 품질로 유지하려 합니다. 드레익스 매장 안의 모든 것은 동등한 수준으로. 그럴 수록 우리의 핵심인 타이, 스카프, 포켓스퀘어에는 더욱 신경을 쓰게 되요.
드레익스 매장에 가득찬 물건들 중, 당신은 참 좋아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못 받은 것도 있나요? 우리가 처음 ‘테일러링’을 시작했을 땐, 정말 적은 양만 진행했어요. 타이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으니까요. 계절이 바뀔 수록 많이 나아졌고, 몇 년이 지나서는 우리 판매 중 큰 범위를 차지하게 되기도 했어요. 셔츠도 마찬가지였죠. 지금은 처음보다 두배가 늘었어요. 거의 대부분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처음엔 쉽지 않아요. 시간이 필요하죠.
어쨌든 드레익스는 ‘시즌 컬렉션’이 있는 브랜드입니다. 최근에 보인 이미지를 보면 전통을 고수하려는 고집과 충동적 위트의 균형이 훌륭하다 느꼈어요. 계절을 거듭할 때마다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요?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그 ‘밸런스’예요. 과거 어딘가에 존재했던 훌륭한 ‘룩’들을 여전히 사랑합니다. 또한 품질에 있어선 퇴보하고 싶지 않아요. 어떤 수준에 이른 제조사들, 과거의 ‘아카이브’에 고스란히 담긴 우리만의 프린팅, 그외 갖가지 방법에 관한 지혜… 그 모든 것의 가치는 견고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걸 쓰는 사람은 바로 ‘요즘 남자’라는 겁니다. 지금 맞는 방법대로 옷을 입어야 해요. 우리 제품을 60대는 물론 20대까지 모두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언제나 신선한 맥락을 집어넣으려 합니다. ‘테일러링’을 좀 더 캐주얼하고 쉽게 입는 것. 그래도 되요. 오늘은 그게 옳으니까요. 만드는 우리는 시야를 열고 정신을 항상 신선한 상태로 유지해야 해요. 자유를 즐기고 가끔은 용감해야 해요. 우린 작은 회사고, 그걸 해버릴 수 있죠. 가끔은 위험도 감수해야 하고요. 그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원단 공급처에 머물러요. 거의 하루종일 공장에서 시간을 보내죠. 런던의 사무실에 있어도 쉴 틈이 없어요. 115여 명의 직원, 그들 각각과 해결하고 결정해야할 다른 일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정말로 제품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오히려 다른 데 더 많은 시간을 씁니다. 당장 다음 주에 런던에서 다음 시즌 제품을 마무리 하고, 그 다음 주엔 피티 워모에 갈 거에요. 그 후엔 바로 다시 새로운 시즌 준비를 시작하겠죠. 정말 매일 긴 하루를 보내고 시종일관 바쁘지만, 불만은 전혀 없어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당신 얘기만 들으면 당신 인생은 일로만 가득 찬 것 같아요. 가족들은 괜찮을까요? 물론 안 괜찮죠. 하지만 난 어쩔 수 없는 가장이에요. 아버지도 매일 새벽 5시에 나가 밤 11시에 들어왔어요. 이건 정말 거칠고 경쟁이 심한 사업이거든요. 생산, 도매, 소매, 거기다 온라인 비즈니즈까지 해야할 것도 너무 많고. 사무실에서는 물론 집에 돌아와도 일은 계속되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자면,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어쨌든 일이 잘 되야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어요. 힘들지만, 최고의 팀과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그들 역시 열심인 것은 물론이죠. 그것만으로도 난 행운아예요. 좀 피곤한 것만 빼면.
지금 잠깐의 휴일이 생겼습니다. 뭘 하고 싶나요? 정말 단순한 걸 할 겁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죠. 일단 빵을 만듭니다. 요리도 좋아해요. 도시 밖에 있는 집 주변 들판 주변을 뛰어 놀거나, 캬악을 타러 가거나, 바닷가를 한없이 걷기도 하죠. 일을 오랫동안 집중해서 해왔기 때문에 쉴땐 좀 별 것 아닌 게 좋아요. 이를테면 텔레비전으로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일. 특히 복싱을 좋아해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 거든요. 그런 ‘콘트라스트’가 좋아요. 바쁜 도시 생활과, 시골의 집에서 누리는 아주 단순하고 전형적인 쉼.
어린 시절 토요일마다 아버지 차를 타고 함께 공장을 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굉장히 ‘로맨틱’한 일 아닌가요? 그런 기억을 안고 자란 소년이, 아버지의 일을 이어 또 새롭게 해나간다는게. 아버지는 멋지고 큰 남색 볼보 웨건을 몰았고, 뒤엔 항상 아름다운 원단들이 쌓여 있었어요. 우린 항상 그 안에서 훌륭한 음악을 들었죠. 덕분에 내 동생은 음악을, 나는 옷을 하고 있어요. 정말 멋진 일이죠. 아버지와 내가 이어져있고, 무언가 같을 걸 하고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그는 내 우상이자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그를 통해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는지 배웠고, 이 일이 아주 단순하면서도 아주 복잡하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러니까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크고 훌륭한 영향을 주는 젊고 멋진 남자였어요.
그런 그에게 받은 큰 교훈은 뭐였나요? 직업 의식.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죠. 그리고 아버지는 언제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존경했어요. 동시에 항상 다음을 생각했죠. 절대 머물지 않았고, 이미 그 다음에 가 있었어요. 고집스럽게 계속, 계속, 계속 전진했죠. 하지만 언제나 아버지만 교훈을 주는 부모인 건 아니에요. 어머니 역시 내게 큰 영향을 줬어요. 어머니는 항상 공장에 함께 가 청소를 맡으셨죠. 아버지의 믿음직한 지원군이었어요.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나도 역시 아들에게 그런 경험을 해줘야겠다 새삼 깨닫게 되네요.
모든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뭔가를 공유할 순간, 그게 가능한 나이가 얼른 되길 기다리죠. 아들이 몇 살이예요? 다섯 살이예요. 이제 때가 됐어요. 아버지가 그랬 듯, 이제 나도 아들과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은 드레익스의 크레이티브 디렉터입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수트와, 셔츠와, 타이를 갖고 있나요? 백만 개? 항상 새로운 걸 손에 넣지만, 또 다시 다른 곳으로 보냅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그렇게 방대한 아카이브를 갖고 있지 않아요. 항상 비슷한 숫자를 유지하죠. 수트 열 두 벌. 재킷 여덟 혹은 열 벌. 셔츠는… 아마도 육십 벌? 타이는, 음….
천 개? 네, 아마 그 정도일 거에요.
아니, 농담으로 말한 숫잔데요? 왜냐면, 할아버지의 것부터 아버지와 내 것까지, ‘삼대’의 타이를 다 보관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주로 매는 건 몇 개 안 되요. 아마 스물 다섯 개 정도? 많은 걸 짊어지고 살지 않아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보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갖고 싶은 게 있을 겁니다. 그렇죠? 물론이죠. 참 웃긴 일이지만, 새로운 걸 보면 언제나 흥분되요. 와, 이것 봐. 그렇게 매 시즌마다 눈에 박히는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모든 걸 가져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하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건 꼭 두 개를 사요. 얼마 전 도쿄에서 (우리 고객이기도 한) ‘아나토미카’의 매장에서도 클라이밍 티셔츠 두 벌을 샀어요. 색깔이 다른 게 아니라 정확히 같은 것 두 벌.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쇼핑법이에요.
오, 다른 브랜드의 것도 잘 사는 편인가 봐요? 드레익스에 없는 건 사요. 예를 들면, ‘할리우드 랜치 마켓’에서 산 반바지 같은 거. 다른 브랜드의 물건도 사봐야죠. 파는 입장과 사는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 채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이건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오피셜’한 변명이에요.
드레익스 매장에 거의 모든 것이 있다해도, 거기에 더하면 좋을 ‘다른’ 것들이 존재할 테니까요. 드레익스와 좋은 조합을 만드는 다른 물건들은 뭔가요? 아마도 좀 더 ‘캐주얼’한 것들일 겁니다. 리얼 맥코이. 다 너무 멋지죠. 빔스 플러스, 아나토미카, 블루 블루 재팬, 할리우드 랜치 마켓…. 그런 브랜드가 만든 좋은 물건들. 빈티지 파타고니아, 빈티지 바버. 그리고 아디다스와 뉴발란스의 스니커즈. 알든과 파라부트의 구두.
당신은 정말 ‘클래식한’ 남자로 보여요. 그럼에도 끌리는 ‘모던’ 혹은 ‘하이테크’가 있나요? 정말 없어요. 아이패드도 십 년 째 쓰는 중이고.
기능성 등산복 같은 거 하나 없어요? 난 등산할 때도 트위드 재킷을 입는 남자예요. 하하. 정말 ‘테크놀러지’에는 관심이 안 가요. 억지로 거부하는 건 아니고, 자연스러운 입맛을 가졌을 뿐인 것 같아요. 어쩌면 난 지금 세상을 위해 만들어진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요.
‘옛 것’에 정통한 당신이라면 잘 알 거예요. 이른바 ‘클래식’이라는 영역에 얼마나 많은 규칙이 존재하는지. 누군가는 따르고 누군가는 비판하죠. 당신은 어디까지 지키고, 어디까지 거부하나요? 정말 많죠. 하지만 규칙을 지키는 것엔 어느 정도 ’존중’의 의미가 담겨있다고도 봐요. 또한 규칙을 따를 줄 알아야, 옷입기의 균형도 지킬 수 있죠. 그러니까 부러 규칙을 깰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캐주얼’해지고 있죠. ‘클래식’도 항상 같을 필요는 없고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고, 그게 아주 중요해요.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저버린다면 ‘클래식’이라는 문화의 근간마저 흔들릴지 모를 일이죠. 결국 모든 것은 ‘균형’의 몫입니다.
스스로도 꼭 지키는 규칙은 뭔가요? 스트라이프 타이엔 스트라이프 셔츠를. 네이비 재킷을 입을 때는 더 진한 네이비 타이를. 또 뭐가 있을까? 여름엔 무조건 파란색 양말. 겨울이 되면 보라색이나 가끔 노란색을 신기도 하지만. 바로 생각이 잘 안 나는데, 말하자면 끝도 없을 거예요. 단박에 탁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지 데이’라는 컬렉션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어요? 이런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어느 날 아침, 눈을 가린 채로 옷을 골라 입는 거예요. 손에 잡히는 대로 골라 입었는데도 훌륭한 조합을 만들 수 있는 컬렉션이 있다면? ‘이지 데이’가 추구하는 건 그런 겁니다. 물론 고민 많이 했죠. 이름이 쉬워야 하는데. 쉽게, 쉽게, 쉽게, 하다보니 그럼 ‘이지’? ‘이지 데이’? 그렇게 된 거예요. 이름 괜찮아요?
단순 명료해서 너무 좋았어요. 당신 삶에서 진짜 ‘이지 데이’는 어떤 날일까요? 공장과 사무실이 문을 닫고, 바비큐를 굽는 것 말곤 아무 할일이 없는 날.
그런 날엔 뭘 입을 건가요? 쉬는 날엔 언제나 반바지에 셔츠 차림이에요. 에스파드류에 파나마 햇까지 쓴다면, 준비 끝이죠.
그때 입을 그 셔츠도 드레익스? 물론이죠. 다른 셔츠는 없어요.